2017. 6. 28. 11:26ㆍ금 융 ★ 주식 공부
민간화폐제도의 역사적 경험
하이에크(Hayek 1976)는 중앙은행제도가 재정팽창 및 경기변동을 유발한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중앙은행의 부정적 기능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정부
가 화폐 발행권을 독점하는 대신 은행 또는 민간이 독자적으로 화폐를 발행하는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고 설파하였다.
사회 및 경제의 제반 분야를 관리하는 국가라는 제도가 존재하기 이전에시장 경제 내에서 교환의 수단으로서 화폐가 이미 존재하였다.
교환, 가치저장의 매개로서 화폐는 국가 성립의 필요에 앞서 요청되었던 것이다.
오늘날 화폐의 발행 및 통화정책의 운용에 대한 권한이 정부에 귀속되는 것
이 당연시 여겨지는 것과 달리, 화폐의 사용은 국가가 오늘날의 광범위한
역할을 담당하기 전까지는 민간의 영역에 속해 있었다.
또한 대공황 이후 현재에 이르기까지의 기간 이외에는 민간화폐제도가 국가의 통화 발행 및 관리의 기능을 보충 및 보완해 왔다.
통화에 대한 중앙은행 및 정부의 독점적 권한은 100년이 못 되는 짧은 기간 동안의 특수한경험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민간화폐제도는 국가와 중앙은행이 아닌 민간은행에 의해 화폐가 공급되는 제도를 말한다.
즉, 정부가 독점적으로 발행하는 정부화폐가 아닌 민간화폐가 사용되는 제도다.
이 제도 하에서 민간은행은 예금화폐뿐만 아니라
현금으로 활용될 수 있는 지폐(은행권)를 직접 발행하며, 고객들의 시장수요에 따라 현금과 예금을 자유롭게 제공한다.
각 민간은행들은 공통된 협약을 통해 은행권 결제소를 설립하여 타 은행권의 교환, 거래, 청산 과정을
통해서 통화량을 조절하고, 민간은행들의 경쟁을 통해 시장에 현금을 공급한다.
이러한 민간화폐제도는 현대적인 중앙은행제도가 정착되기 전, 18세기와
20세기를 걸쳐 약 3백 년 동안 55개 국가에서 실시되면서 화폐금융의 안정성이라는 역사적 경험을 선행하였다.
그러나
전쟁, 경제공황과 같은 대외적인 요인에 기인하여 국가 경제 및 화폐금융제도의 중앙통제라는 각국의 ‘정치적 결단’이 지금의 중앙은행제도를 유지시킨 원동력이 되었다.
물론 국가가 중앙은행을 설립하고 민간의 통화 발행 및 관리의 권한을
폐지한 것은 민간통화제도가 경제위기에 적절히 대응하고 및 화폐 가치의
신뢰성과 안정성을 보장하기에 충분한 능력을 갖고 있지 못하다는 문제의식에서 기인한 것이었다
그러나 국가은행제도의 확립
이후에도 거시경제 위기 및 화폐 가치의 안정성이 제대로 관리되지 못함에따라 민간화폐제도의 긍정적 기능이 재조명 받고 있다.
민간화폐제도의 역사적 기원은 997년 북송시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지금의 사천지역에서 발행된 예탁증서 ‘교자’를 최초의 민간화폐로 볼 수 있다.
‘교자’가 발행되기 이전에는 철전(鐵錢)을 사용하였지만, 과도한 인
플레이션으로 인해 재화를 구매하기 위해 갖고 다녀야 할 돈이 많아져 경제활동에 있어 큰 불편을 초래하였다.
이에 16개 대형점포가 연합하여 철전(鐵錢)을 수거 및 저장하고 동일한 가치를 지닌 ‘교자’를 발행했다.
이러한 ‘교자’는 인류 최초의 지폐이자 민간화폐제도의 시초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민간화폐제도가 고대 및 중세에만 존재했던 것은 아니며, 20세기까지도 기능하였다.
현대적 민간화폐제도의 기원은 1716년부터 1844년 스코틀랜드를 기점으로 볼 수 있는데,
정부의 규제가 최소였던 국가부터 가장 규제가 많았던 국가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민간화폐제도가 존재하였다
화폐의 발행 권한이 민간과 국가 사이에서 공유되었던 기간이 인류 역사의 대부분을 차지한다고 볼 수 있다.
초기에는 금화 및 은화 등 주화(鑄貨)의 주조가 민간에서 경쟁적으로 이루어졌다.
주화의 경우 민간의 낮은 공신력에도 불구하고 그 자체에 내재적인 가치가 있기 때문에 문제없이 통용될 수 있었다.
민간화폐제도가 주화에만 한정된 것은 아니었다.
정부가 상업은행에 대
해 규제 및 개입을 시행하지 않았던 때에 은행들은 자유롭게 은행권을 발행하였다.
상업은행에 의한 화폐 발행은 주화 사용의 거래비용이 증가하고
정부가 화폐발행차액을 노려 주조를 변조하는 일이 많아지자 이러한 문제에 대한 대응으로써 발전하였다.
이 때문에 민간의 자유로운 화폐 발행이통화시스템의 효율적 운영에 기여하였던 것으로 평가되기도 한다.
미국에서는 국가은행법이 제정됨에 따라 은행이 연방정부의 인가 및 감독의 대상이 되기 전까지는 민간은행에서 자유롭게 화폐를 발행했다.
1837년부터 1863년까지의 이러한 시기를 소위 ‘자유은행시대’라고 정의한다.
이 시기, 미국뿐만 아니라 캐나다, 스코틀랜드 등에서도 은행들이 자유롭게은행권을 발행했다.
자유은행시대에 대한 평가는 다양한 시각에서 상반되게 이루어진다.
그러나 자유은행시대에 은행들이 자유롭게 화폐를 발행함에 따라 정보의 비
대칭성에 따른 소위 은행권의 ‘레몬’ 문제가 발생하였고 이것이 은행 위기와 및 금융시장의 혼란을 야기했다는 의견이 지배적이게 됨에 따라
정부가 화폐를 독점적으로 관리하게 되었다.
민간은행제도를 반대하는 이들은 은행이 자유경쟁 하에서 화폐 발행을 남발함에 따라 금융시장이 불안정해 지고
‘악화가 양화를 구축(Bad money drives out good)’44)하게 되어은행 실패가 만연해지고 예금자가 손해를 입게 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역사적 자료는 자유은행제도가 상당히 안정적으로 기능했음을 보여준다.
이에 대해 자유은행제도 하에서 민간은행들 간의위기가 발생하였을 경우 은행 간 대부 시장이 작동하였고 신디케이트
(syndicate)45)를 조성하여 파산 또는 파산 위기에 처한 민간은행들을 구조
했다고 하면서 중앙은행제도가 정착된 이후 중앙은행의 핵심 역할이라고
할 수 있는 이자율 상환, 대부 투자 제한, 법정 지불 준비율 등과 같은 규
제가 있을 때보다 자유은행시기가 어느 정도 질서를 유지했다고 보았다
미국의 자유은행시대에 은행권의 가치는 대체적으로 액면가와 일치했다.
또한 같은 시기 미국 뉴잉글랜드에서는 지방 은행들이 자발적으로 은행권
교환 네트워크를 형성하여 은행권을 액면가의 범위에서 발행 및 유통하였다.
민간화폐제도는 성공적으로 실시되었던 역사적 경험도 있기 때문에 기
술적으로 실현 불가능한 제도가 아니며, 다만 그것을 시행하고자 할 때 현상 유지를 원하는 기존 이익집단들이 크게 반대할 것이다.
특히 정부가 앞장서서 반대할 것이다
따라서 민간화폐제도가 실시되면
인플레이션 조세(주조차익)를 잃고 통화정책에 대한 정부의 영향력이 사라지기 때문이다.
민간화폐제도가 화폐가치와 경제를 안정시키는 바람직한
제도임에도 불구하고 강력한 반대 때문에 민간화폐가 운영되는 것은 현실
적으로 매우 어려울 것이다
그러나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는 이러한 중앙은행제도의 불신을 가중시
켰고, 민간의 화폐창출이라는 기억을 다시 한 번 태동시켰다.
가상화폐 비트코인 개발자 나카모토 사토시(Nakamoto Satoshi)가 2009년 발표한 논문46)에서도
언급한 바와 같이 기존의 중앙은행제도가 화폐가치를 지키지못했으며, 신용화폐의 역사도 그러한 믿음에 대한 배신의 연속이었고,
예금의 안전한 보관보다는 낮은 지급 준비율 및 신용대출에 치중하여 2008년글로벌 금융위기를 야기했다고 보았다.
그러면서 비트코인은 현행 중앙은
행제도가 화폐를 독점하고 자의적인 통화정책을 펼치는 것에 대한 반발의
결과물47)이라고 밝히면서 화폐의 국가 독점보다는 민간에 의해 창출된 화폐가 필요하다고 보았다.
이를 토대로 2009년 1월에 등장한 인터넷 네트워크 기반 가상화폐 비트
코인은 민간에 의해 화폐가 창출된다는 점에서 민간화폐제도와 유사하다.
그러나 중앙은행 대신 민간은행, 즉 민간이 법화 발행권을 획득할 경우
사적 이익을 위한 인플레이션을 초래할 위험이 존재한다
발권 은행은 자신들이 발행한 은행권에 대해 지준금을 준비할 필요가
없기 때문에 자신의 이익을 위해 원하는 대로 신용을 창출하여 대부할 수있으며, 은행권을 남발해서 발행할 수 있다.
이러한 예는 과거 영란은행이영국 정부로부터 중앙은행의 지위를 획득하기 이전에 경험한 사례가 존대한다.
따라서 각국의 중앙은행은 민간의 화폐창출 및 유통에 대해서 부정적인시각을 가질 수밖에 없다.
특히 가상화폐 비트코인의 경우에도 각국이 지
적하는 부분이 통화정책을 수행할 수 있는 중앙기구가 부재함에 따른 화폐
가치 및 신용보장이 어렵다는 것과 비트코인 보유가 특정 집단 혹은 개인에게 몰려있다는 점이다.
즉, 비트코인 소유의 불균형 문제는 비트코인을 다량으로 소유한 특정집단 혹은 개인에 의해 비트코인 가치를 움직일 수 있다는 것이다.
현재국제경제체제 하에서 발생할 수 없는 일이지만, 가상화폐 비트코인이 기축
통화 수준으로 역할을 수행하게 될 경우, 총 발행된 비트코인의 60%이상을
보유하고 있는 중국이 비트코인의 가치를 인위적으로 조절할 수 있는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다.
그러므로 각국은 가상화폐 비트코인에 대해서 더욱더
신중한 입장을 취하거나 사용을 불허하는 조치를 취했을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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